2006년 2월 3일

카빙에 대한 단상 #3. 느끼고 자각하라

2005.2.27

카빙에 대한 헝글고수의 말은 죄다 거짓이다. 또한 이 글 또한 또 하나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문답란에서 보이는 카빙에 대한 질문과 그 리플들, 동영상게시판에 달리는 자세에 대한 모든 조언들은 죄다 거짓이다.

필자도 거짓말을 해왔으며 지금 또 한번 속이려고 하고 있다.


1.
필자가 카빙턴을 정말 죽이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죽이는 카빙턴이란 원심력으로 데크를 부러질듯 휘어 버리고 체중으로 프레스를 주어 엣지의 설면과의 접지력을 높여 엣지날 만으로 슬로프에 깊은 레일을 만들어 가는 턴이다.

카빙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이 레일을 타는 느낌은 어린이 대공원의 고속궤도열차의 느낌과 비슷하며 그 쾌감과 두려움 또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포에 가깝게 정상으로 느긋하게 올라는 열차가 갑자기 하강하며 가속도가 붙어 커다란 원형 레일을 따라 위로 솟구쳐 올라 갔다가 360도를 감아 휘돌아 다시 고속으로 하강하는 그 느낌. 이게 필자가 아는 한에서의 가장 비슷한 카빙 한턴의 느낌이다.

해보고 싶지 않은가? 필자가 알려 주겠다.

상체는 가능한 설면과 평행을 유지하며 세워야 하며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어 제대로된 다운 자세를 취하고 시선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한다. 업다운은 확실해야 하며 엣지 변경 타이밍은 상급 카빙으로 진행 할수록 폴라인과 수직인 지점에서 행해져야 한다. 턴진입시 상체 로테이션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좀 더 상급 카빙단계로 올라가면 무릎 스티어링 또한 슬립없는 턴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앵귤레이션 자세를 연구하고 인클네이션이 과도하면 어쩌구 저쩌구...

자, 일단 거짓말 하나 끝이다.

위와 똑같이 죽도록 연습하고 실행한다고 해서 카빙턴이 될거 같은가? 아니 다시 묻겠다. 위와 같은 자세가 그렇게 자빠지고 날아가도 어디 한번이라도 제대로 되던가? 또는 위의 자세 자체가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2.
필자 다시 한번 필자가 카빙을 배워온 과정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이전의 언급한 사항이 외면적인 사항이라면 이제 내면적인 사항으로 보는 관점을 변경해 보자.

필자의 경우 4년여를 보딩하면서 우연찮게 배운 한마디 말은 이것이다. "엣지는 척추로 누른다."

이 한마디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보드를 타기 시작한 이후로 엣지에 가해지는 프레스를 느끼기 시작했다.

프레스를 가하기 위한 효율적인 동작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으며 정말 척추로 엣지를 누른다는 확실한 감이 왔다. 이후로 허리를 숙일 수 없었다.

엣지가 프레스를 받아 설면에 깊이 박히고 라이딩이 익숙해 지면서 데크의 사이드컷을 따라 회전하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엣지콘트롤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라이딩시 그때까지 느꼈던 중력외에 원심력이 작용함을 느끼게 되었다. 빠른 속도에서는 필자가 인클리네이션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에 이미 턴 안쪽으로 몸전체를 기울이는게 라이딩이 보다 안정적일수 있음을 자각하였다.

또한 엣지변경 시점이 점점 폴라인과 수평이 되는 점을 벗어나 점점 수직인 시점으로 이동됨을 자각하였다. 이 부분은 초기 카빙연습 단계에서 필자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역엣지와 비슷한 현상이었으며 필자는 이것이 잘못된 것인줄 알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폴라인과 수평인 시점에서는 더이상 엣지 변경을 절대로 할수 었었다.

엣지를 척추로 누르며 원심력을 데크로 전달할때 데크가 휘어버리며 엣지날을 따라 감기는 느낌을 자각하였다. 필자가 한일은 엣지를 척추로 눌러 주는 일 뿐이었다.

휘어져 버린 데크가 펴지면서 필자를 튕겨버리려는 리바운딩을 자각하였고 많이 날라다녔다.

각종 강습 비됴를 보며 연습 방법도 따라해 보았다.

세세한 자세에 관한 내용은 전부 다 잊었다. 자각으로 인해 머리가 동작하기전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으며 더이상 자세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머리속에 남아있는건 척추로 엣지를 누른다는 의식만이 남을 뿐이었다.

척추로 내리누르는 나의 프레스와 속도에서 발생하는 원심력과 슬로프 하단으로 작용하는 중력등 보딩시 작용하는 힘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 지기 시작했다. 극단의 인클리네이션으로 상체를 제대로 세울수 없는 자세인데도 엣지에 프레스가 가해지기 시작했고, 가해진 프레스가 커져 엣지가 깊이 박힐수록 더 빠른 속도와 더 큰 원심력을 견디기 시작했으며 또 다시 엣지가 더 깊이 박히는 것을 자각하였다. (이 부분은 자각만 했을 뿐 아직도 필자의 지식과 말로서는 설명이 불가능함을 고백한다).

마지막이다. 바인딩각을 어떠한 각도로 변경해도 -그것이 설령 알파인이라고 해도- 해당 각도에 적절한, 척추로 엣지를 누르는 가장 효율적인 느낌의 자세를 탐색한다. 그리고 카빙한다. (오만 방자한 느낌이 들더라도 좀 참아주기 바란다)



3.
결론적으로 필자는 흔히 말해지는 카빙의 자세와 느낌과 기술(1편의 거짓말들)을 그대로 얻어냈다. 고수들이 말하는 세세한 라이딩 팁이나 조언들은 실제로 가능한 자세와 동작이며 진실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미 경험했으므로.

이제 다시 거짓말로 돌아가 보자. 어떤 분이 동영상을 올려 조언을 구했다고 치자. 필자가 보기에 그 동영상의 주인공을 보면 엣지에 프레스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치자. 필자는 이렇게 조언을 할까?

토턴시 상체가 턴 안쪽으로 너무 굽었습니다. 그래서는 엣지에 프레스가 제대로 가해질수 없습니다. 톤턴시 고추를 내미는 자세로 상체를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정도는 와 닿는다. 이 글을 보고 실제로 그대로 해보고 프레스를 가하는 자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상체를 세우는 자세만을 얻게 되었고 왜 세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없이 프로그래밍된 로보트처럼 단지 그 자세가 맞는 것이므로 그렇게 하게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리고 라이딩의 발전은 멈춰 버린다.

에지에 가해진 프레스에 대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보더라면 이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조언이 된다. 그는 틀림없이 다음 라이딩에서 그 느낌을 절절히 느낄것이며 그 다음은 라이더 스스로의 느낌과 본능과 자각을 믿고 의지하면 끝없는 발전을 하게 될것이다.

보드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자세나 라이딩 이론, 조언은 항상 연역적 추론에 의한 것이다. 대체로 아래와 같다.

나는 보드를 잘탄다.
내가 잘타는 이유는 허리는 이렇게 다리는 저렇게 팔은 그렇게 해서이다.
이렇게 하면 당신도 잘 탈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들 자신은 라이딩할때 절대로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동영상을 보고 남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시점에서만 수많은 보딩이론과 올바른 자세에 대한 의견이 머리속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들은 이미 느꼈고 자각했다.

필자의 배움과정 역시 단순히 본능적으로 자각하는 경험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4.
그럼 프로의 강습동영상과 헝글고수들의 글은 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 반대다. 필자에게는 역시 일정기간동안에는 죄우명이 되는 이론과 자세가 있어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필자는 그 이론과 자세를, 슬로프에서 실제로 보딩하면서 느끼고 자각하는데 잠시 이용만 했을 뿐 자각후에는 미련없이 버렸다. 무엇을 느끼고 자각하려고 했는가? 엣지에 프레스를 더 강하게, 엣지각을 더 크게하기 위한 느낌과 자각이다.

카빙에 대한 글을 읽고 기계처럼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것은 무의미하다. 상급자가 그 자세나 기술을 쓸때 어떤 느낌을 알게 하려고 말했는가에 집중해야 하며 라이딩하면서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 느낌을 얻고 나면 그때야 알게 될것이다. 이 느낌을 얻는 다른 방법도 많으며 실제 라이딩할때는 그 자세에서 벗어나도 그 느낌이 계속 유지된다는 걸. 느낌을 취하고 자세를 버림으로서 그대는 또 하나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 보딩을 한다면 그냥 즐겨라. 또한 뭔가를 연습하거나 이루고자 할때는 라이딩에서 예민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예민한 정신으로 온몸을 통해 느끼고 자각해야 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위의 3절에서 필자가 가정한 동영상과 필자의 리플은 극히 한정되고 편협한 의견임을 필자도 잘 안다. 프레스를 주는 자세와 방법은 위의 자세만이 아니다. 흔히 말하듯 북미식, 유럽식, 일본식이 차이를 보인다. 필자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프레스를 제대로 줄때의 느낌을 알라는 의미이다. 그 느낌을 얻으면 보드 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생쇼를 해도 상관없다. 한번의 라이딩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모든 프레스 방법을 한턴마다 바꿔 해보고 때로 적절히 섞어도 아무 문제 될 것 없다는 것이다. 왜 한정되고 편협한 리플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할수 없는가? 프레스의 느낌은 라이더 스스로 자각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그 느낌을 알게 하기 위해 가장 단순한 연습방법이고 또 간단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알려 줄수는 있어도 데려다 줄수는 없다.



5.
보딩에 대한 어떤 이론이나 자세에 대한 문장을 보았다면 아래의 문장을 해당 글앞에 적절하게 붙여 보자.

"엣지에 프레스를 가하기 위해서는"
"엣지각을 높이려면은"
"안정적인 엣지콘트롤을 하기 위해서는"

그 글을 읽으면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명확하게 느낄수 있으며 내가 특정 자세나 의식하고 라이딩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목적을 잊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어떤 것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면 명확하게 다시 질문을 하라.



6.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중 하나가 매트릭스 1편이다. 네오가 오라클이 자신이 그가 아니라고 했다는 말을 하려고 할때 모피어스가 말을 막으며 네오에게 이런말을 한다.

"너도 알게돼.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의 차이를."

그대가 보는 수많은 보딩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머리로만 알고만 있으면 안된다. 또한 길을 걷더라도 사람들이 알려준 피상적인 풍경만을 보면서 기계적으로 걸어서도 안된다. 그대 스스로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걷는 동작 자체에 내재하는 경이로움을 스스로 느끼고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7.
필자의 이전 컬럼에서 어떤 분이 초급카빙 강습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강습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다.

1) 잘, 그리고 재밌게 타겠다는 의지를 불태워라.
2) "엣지는 척추로 누른다"라는 말을 한시도 잊지 말아라. 가능하면 이 느낌을 가지고 베이직턴부터 다시 시작해 봐라. 얼마 안걸린다. 반나절이면 이 느낌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3) 라이딩할때 예민하게 깨어 있어라. 자신의 감각과 느낌을 믿어라.

길을 걸을때 빨리 걸을수 없음을 한탄하지 말아라. 즐기면서 걷다보면 그대는 어느날 길의 끝이 두려워지기 시작할것이다. 그 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 것인가? 그 막연함과 어느정도는 예상되는 두려움에 어느 날 길을 걷는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추게 되는 날이 올수도 있다. 지금의 필자처럼.

끝이다.



8.
이 글에 추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추가해 보기로 한다.

업다운이라는 용어는 너무나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으며 이 단어가 상징하는 심상 또한 너무나 강력하다. 필자는 업다운이라는 말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업다운의 심상적 이미지는 무릎을 굽힘으로서 데크에 프레스를 가하고 무릎을 폄으로서 프레스를 푼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릎을 굽힘으로서 과연 데크에 프레스가 가해질수 있는가? 데크에 프레스를 가하는건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춤으로서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세가 낮아져 서 있는 것보다 안정성이 증가하고 데크의 엣지를 세워 프레스를 엣지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줄 뿐이며 상체의 앵귤레이션을 잡는 기본이 되는것 뿐이다. 또한 프레스를 가하는데 있어 무릎을 굽히는 자세만 있는 것도 아니다.

프레스는 상체의 체중을 엣지에 제대로 실을수 있을때 가해지는 것이다. 엣지에 프레스를 가하는 것이지 데크 자체에 프레스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체중으로 데크에 프레스를 가해 데크를 휜다는건 말도 안된다. 단지 이펙티브엣지와 그 끝의 노즈와 테일의 시작부분을 자세히 관찰해 봐라. 라이딩시 데크가 기울어진 각만큼 에펙티브엣지 양끝을 정점으로 (데크가 정말 휘지 않는 철판때기가 아닌 이상가 자동적으로) 데크가 휘어 사이드 엣지전체가 설면에 접지된다. 데크각이 커질수록 라이더 자신이 원심력을 컨트롤해 데크를 더더욱 휘어 강력한 감김을 느낄 수 있다.

무릎을 펴는것 만으로 프레스가 풀리거라고 생각하는가? 업동작의 의의는 설면에 무릎을 굽혀 기울어진 데크가 설면에 닿은 엣지를 해방시켜 베이스 전체를 설면에 닿게 하여 -때로는 베이스가 전혀 닿지 않으면서- 엣지쪽에 집중된 압력을 풀어 턴을 원활하게 할 뿐이다. 또한 업만이 프레스를 푸는 방법은 아니다.

프레스를 푸는 방법의 다른 하나는 밴딩이다. 밴딩턴에서는 무릎을 펴기 보다는 다리를 더 굽혀 데크를 들어올려 프레스를 풀어버린다. 남이 보기엔 엣지 전환시 더 다운을 하는 미친 사람으로 보일수 있다.

업다운은 생초보들에게 다른 복잡한 설명없이 가장 쉽게 자세에 강습을 할수 있기 때문에 사용되어 지는 용어이며 생초보를 벗어나면 프레스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다시 설명해 줘야만 하고 생초보를 벗어나는 즉시 버려야할 개념이다. 업다운에 대한 심상을 버리지 않는한 프레스를 주는 것이 무릎을 펴고 굽히는 동작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제대로 프레스를 주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를 무지한 상태로 가두게 될것이다.

그게 그말인거 같은데 왜 장황하게 설명하느냐고? 체험하게 될것이다. 의식을 바꿈으로서 라이딩의 질이 틀려지는걸 곧 경험하게 될것이다.

정말 끝이다.



PS. 필자, 절대로 고수가 아니다. 필자의 정체를 숨기고 비로그인으로 활동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필자는 길을 즐기며 걷는 사람중의 하나일 뿐이다.

PS2. "에지는 척추로 누른다"는 필자가 우연하게 받는 하나의 화두일 뿐이다. 다른 그리고 더 나은 화두를 받은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필자는 운이 없어서 인지 몰라도 이보다 더 나은 화두는 받지 못했다.

PS3. 이 글은 레몽레인님께서 작성하셨던 컬럼 "내 스승님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컬럼에서 일부 모티브를 얻었다. 일독을 권한다.

PS4. 내 자신이 더 이상 카빙에 대해 쓸만한 내용이 남아 있을까?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 아마 길을 한참 더 많이 가야 생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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