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3일

점(點)과 선(線).

점(點)과 선(線).

다운언웨이팅, 급사런, 거친사면에서의 런, 아이스정복, 습설정복 등 올시즌 계획은 무지 많았으나 필자에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아쉬움만 많은 시즌이었다.

시즌 종반에 치달으면서 필자는 위의 잡기술(?)을 익히다가 잠시 멈추고 즐기면서 명확하게 지향하는 바가 생기게 되었는데 점(點)과 선(線)이라는 말로 압축 될 수 있었다. 한자를 써 놓으니 꽤나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실상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내용이라 굳이 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 고민도 해 보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도 뭔가 어설픈 점이 있어 미뤄왔지만 더 미루면 정말 무의미한 글이 되어 버리겠기에 무리하게 키보드를 들어본다.

이 글의 대상은 흠... 글쎄다. 라이딩이 꽤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되는데 뭔가 어색하거나 느낌이 좋지 않다던가 하시는 분 내지는 보드용어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보드에 막 입문하시는 분이 봐도 괜찮을 듯 싶다.


(1) 점(點)

이 점은 바로 보드의 중심, 더 정확하게는 양 바인딩의 중심을 의미한다. 중경자세에서 무게중심이 실리는 자리이다. 점이라고 표현했지만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표현일 뿐이고 실제로는 바인딩간 중심의 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만 점으로 표현하도록 하겠다.

요즘 눈도 꽤나 오기도 하고 날씨는 영상 10도를 넘나들며 슬로프 상태가 다채롭게 변하는 와중에 필자가 든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태풍의 눈"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 올랐다. 시속 수백킬로 미터의 강풍이 몰아치는 태풍의 중심은 평온하고 고요하고 맑다고 하지 않던가?

내 보드 주변의 변화무쌍한 상황, 그에 따른 내 몸의 격한 요동 속에서도 특정 상태(state)가 되면 몸은 유동치고 보드는 덜덜거려도 라이딩의 안정감은 말할 수 없이 평온한 상태가 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무게중심이 위에서 설명한 보드의 중심안에 들어와 있을 때이다.

필자는 최근 꽤나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라이딩이 어색할 때나 턴 전환이 안될때, 프레스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때, 턴이 늘어져 가속도가 붙을 때, 다운언웨이팅이 원활하지 않을 때, 모글 많은 슬로프에서 보드를 제어 할 수 없을 때, 아이스에서 밀릴 때 갖가지 분석과 수많은 해결책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단순하게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다음 런에서 이 점안에 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 단 한가지 만으로 죄다 해결되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양 바인딩을 중심을 기준으로 앞쪽 바인딩에 무게 중심이 실리면 전경, 반대는 후경이라 한다. 양 옆으로 부게 중심이 이동하게 되면 흔히 빠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라이딩중 어느 순간이라도 무게중심이 이 점의 수직선상에 위치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면 보드는 마음먹은대로 움직여 준다. 급사일수록, 거친사면일 수록 이 점안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고 자꾸 놓치게 될 것이다. 놓쳐도 괜찮다. 다시 들어가면 되는 것이고 너무 벗어나 패닉상태로 들어간다 싶으면 잠시 멈추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다.

이 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라이딩 중 약간은 더 민감해 져야 한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설면에 의해, 다리에 가해지는 하중에 의해, 보드가 감기는 느낌에 의해 무게중심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시 점안으로 회복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턴 중 무게중심이 제대로 점안으로 들어가면 보드가 휘어 감기는 느낌이 여느 때와는 확연하게 틀려 진다. 바로 이 상태로 점안으로 올바르게 위치한 상태이다.

특히 백사이드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전경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야 이 점안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안에서 일어나는 부드러운 엣지전환과 다시 점안에서 들어가는 프론트 사이드의 안정감, 라이딩의 자유로움을 꼭 느껴 보기 바란다.

지상훈련도 중요하다. 늘 기본자세와 기본자세에서 정확하게 두 발 사이의 중심에 하중이 실리는 느낌을 근육에 각인시켜야 한다. 또한 반드시 엣지전환 중 짧은 순간에 이 자세가 되도록 지향해야 한다. 보통 뉴트럴 포지션이라고 표현되는데, 기본자세를 유지한 중경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스키데몬은 "턴의 시작은 뉴트럴 포지션으로부터"라는 간략하지만 중요한 점을 강조 하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셨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 직활강으로 뉴트럴 포지션의 감각을 체득하는 것도 좋은 훈련방법이다.

여담이지만 보통 스키가 가장 어려운 종목이라고 말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스키가 보드보다 무게중심의 이동이 더 자유롭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두 발이 묶여 옆으로 라이딩하는 보드는 전경과 후경이 되는 것에 제약이 있는 반면에 스키의 경우는 이러한 제약이 적다. 역으로 말하면 스키의 경우는 전경 또는 후경이 될 여지가 보드보다 많기 때문에 이 점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알파인의 경우 스키보다는 제약을 받지만 프리스타일보다는 자유롭다.

기묘한 상관관계라고 생각되는 것은 두 발을 묶고 나서 자유로워졌다라는 표현은 어쩌면 무게중심의 이동범위를 스스로 제약함으로써 더 큰 활동의 자유가 생겼다라는 역설적 표현이 아닐런지...


(2) 선(線)

라이딩은 선의 운동이다. 부드러운 선이 안정적이면서도 파워풀한 라이딩을 만들어 낸다.

필자가 이번 시즌 다운언웨이팅을 연습하면서 필자가 나쁜 습관을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엣지전환이 빠르다 보니 턴의 선이 상당히 왜곡 되었다는 것이다. 라이딩의 선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단절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라이딩이 어렵고 불편해 진 것이다.

완사에서는 정말 매끄럽고 부드러운 라이딩이 되는데 급사에서나 설면이 조금만 거칠어도 라이딩이 무너지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필자도 그렇다.

보통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우선 점에서 많이 벗어나 후경이 되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나쳐 무게중심이 빠지게 된다. 무게중심이 좌후 또는 우후로 벗어나 태풍의 영향권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 자멸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태풍에 휘말려 뒷발차기 같은 급격한 보드 스티어링이 일어나 선까지 무너지면 그야말로 패닉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태풍의 눈 내부를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항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머리로도 알고, 몸으로 알면서도 쉽게 되지는 않지만 지금의 필자로서는 딱 이 두가지, 점과 선만 염두에 두면 단시간 내에 해결 된다고 말하고 싶다.

부드러운 선을 위해 엣지전환은 진행하던 방향을 유지하면서 말 그대로 엣지만 바꿔야 한다. 엣지만 바꿔주면 보드는 알아서 돌기 시작하고 점안으로 무게중심을 두면 보드는 알아서 휘고 알아서 감긴다. 더 나가아 무릎에 힘만 빼주면 보드는 엣지전환마저도 알아서 한다.

인위적으로 보드를 돌릴려고 하거나 회전을 서두르면 선은 무너지고, 점을 벗어나 라이딩이 불편해지고, 특히 거친 사면에서는 심각한 위험까지도 초래하게 된다.

거칠더라도 경사가 낮은 슬로프에서는 라이딩이 상당히 수월한데 바로 이 점안에 들기가 쉽고 선이 예쁘기 때문에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한 것이다. 좀 경사가 있는 사면에서 좀 거친 슬로프라 할지라도 이 점과 선을 유지한다면 보드는 별 무리없이, 모글을 깨거나 구렁이 담넘어 가듯 타고 넘어가면서 라이딩이 안정될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프론트사이드가 힘든데 설면에 대한 시야를 잃게 때문에 그 불안감이 커져 더욱 점에서 벗어나고 턴을 서둘러 진입해 급격하게 회전하여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생기는데 딱 한번 만이라도 눈 딱 감고 중경을 제대로 잡고 여유있고 부드럽게 선을 그려봐라. 점만 제대로 차지하고 있다면 몸은 이미 그런 거친 슬로프를 지나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를 복구하여 다시 안정상태로 복원하는 방법은 이미 아기때 걸음마를 배우면서 졸업하지 않았던가?


(3) 결론

고속의 라이딩은 큰 에너지이다. 제대로 충돌하면 죽을 수도 있는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는 적은 힘으로 제어 될 수 있는데 바로 점안에 있을 때이고, 선을 부드럽게 이어나갈 때이다.

당신은 보드 주위에 거대한 태풍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태풍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만 그 주위로는 그 에너지로 인해 슬로프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막대한 에너지가 분출된다. 슬로프의 다양한 환경이 또한 그 태풍을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당신은 그 태풍의 눈 속에서 아주 아주 평온한 상태로, 적은 힘으로 그 큰 에너지를 제어할 수 있다는 거다.

구양진경(九陽眞經)은 말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나는 한 모금의 진기로 대항할지어다".
(구양진경을 모르시는 분은 기문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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