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5일

알파인 기본자세 고찰

알파인 기본자세에 대한 고찰

기본자세는 흔히 BBP (Balanced Body Position) 라고도 불리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많이 무시되는 사항이다. 필자 역시 프리에서 알파인 전향하면서 "풋, 기본자세? 그거 이미 4년전에 마스터했어" 라고 생각하고는 알파인의 기본자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본자세가 왜 중요한지 우습게 넘겨 참 많이도 고생했었다. 프리에도, 스키에도 기본자세가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한 것을 여기고 무심결에 넘기는 이 기본자세, 알파인의 기본자세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처음 알파인 들고 슬로프에 올라 갔을 때, 한 알파인을 타는 강사가 동료 강사에게 알파인을 지도해 주고 있었다. 필자는 그리 숫기가 많은 편은 아닌데 배움의 길에서는 숫기가 넘친다. 안면 깔고 무조건 들이댄다. 스키어건 보더건 가리지 않는다. 강사도 예외없다. 무조건 배우는거다. 공짜로, -.-;;;

그 분한테 알파인의 기본자세를 배웠으나 정작 기본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는 설명을 해주지 않더라. 결국 진정한 이해가 없는 껍데기만 배워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이 컬럼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 이런 내용의 글을 그 당시에 보았다면 좀 덜 헤맸으려나... 본 컬럼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대로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다. 단지 기존의 이론 중에서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운데 타기'라는 문제에 대해 강조해 보고자 한다.



0. 최초의 벽

필자가 알파인 타던 첫날, 알파인에 대해 벽에 부딪힌 것은 `가압점'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어떻게 가압할 것인가 였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도 이 것에 대한 자세한 글은 찾기 힘들다. 아니 어쩌면 중경, 기본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고 자주 반복되기 때문 정작 중요한 점이 부각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다.

첫번째 문제는 사실 너무도 간단한 문제로, 가압점은 프리 스타일이 그러하듯 보드의 중심이며 양발 사이의 중심이다. 왜 필자는 그걸 그리도 고민하고 어려워 했을까? 아마도 프리와 알파인의 공통점에 대한 무지였을 것이다. 프리와 알파인은 전혀 틀리다는 글을 너무도 많이 봐왔다는 것이 한 이유로 꼽을만 하다.

두번째 문제, 어떻게 가압할 것이가? 오늘의 진정한 주제는 "가운데 타기 위한 알파인 기본자세에 대한 이해" 라고 해도 좋겠다.



1. 기본자세

필자의 개발새발 그림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어설프게 배운 3D 로 목각인형을 예술로 형상화했다고나 할까? -.-;;;

알파인의 기본 스탠스 앵글은 대체로 앞뒤쪽 발 45-55도 사이다. 일단 이 각도로 발을 대충 맞춰 서서 무릎을 좀 굽혀보자.



아마 이와 비슷한 자세가 될 것이다. 필자가 골반과 상체를 자연스럽게 틀어 보려고 노력했으나 위 자세는 너무 전방을 향해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아래 설명하게 될 그 감각을 느끼면 족하다.

상체를 똑바로 세운 채로 무릎을 굽히는 위 자세는 빨간 선이 보드에 닿는 큰 빨간 점에 체중이 실리게 된다. 빨간 점이 가리키듯 위 자세는 뒷다리에 온 체중이 실리는 자세이고 따라서 기본자세는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자세는 보드 중심에 탈 수가 없는 자세이다. 이 자세에서 무게 중심은 골반에 위치하게 된다.

이제 이 상태에서 허리를 전방으로 숙여 슬슬 낮춰보자. 허리를 낮춤으로서 (필자의 생각에는 아직도 경이롭기는 하지만)
첫째, 체중은 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둘째로 앞, 뒷쪽 다리에 균등하게 체중이 실리기 시작하며,
셋째로 무게 중심이 골반을 벗어나, 몸 밖으로 이동하게 되어,
넷째, 무게중심을 배로 품게 된다.



바로 이 위치가 알파인의 스탠스에서 보드의 중심을 확보하는 자세가 된다.

필자는 지금도 회사 흡연실서 담배를 피울 때 이 자세를 취하며, 심지어 화장실서 큰일을 볼 때도 이 자세로 본다는 분도 있다. (필자가 이 정도 경지까지는 이루지 못했음을 매우 한탄하기는 하지만) 이건 몸에 각인 시켜야 할 자세인 거다.

다리를 얼마나 굽히는지, 팔은 어찌 하는지, 허리는 얼마나 낮추는지 등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가 된다. 이 자세의 핵심은 바로 `가운데 탄다'는 것이다.

양쪽 발에 실리는 체중이 동일한 상태, 체중이 양 발 사이의 정중앙을 누르고 있는 느낌, 그리고 더 이상 안정적일 수 없다는 느낌을 드는 바로 느낌인 거다. 정확하게 가운데 타면 버스등에서도 손잡이 안잡고도 균형유지가 가능할 만큼 안정적이다.

필자의 경우는. 명치부근으로 부터 보드의 한가운데로 이어지는 뚜렷한 가압의 선을 느낄 수 있으며, 무게 중심을 배로 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스키의 기본자세, 중경에 관한 이론에 의하면 보통 윗 그림과 비스므레 하게, 무릎을 굽힌 각도와 허리의 숙인 각도는 정도의 차이를 막론하고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인의 경우는 앞, 뒷다리 각도의 중간을 택해 이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윗 그림의 A각과 B각은 언제나 동일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알파인과 프리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필자의 생각에 알파인과 프리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스탠스 앵글의 차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은 자신에게 잘 맞는 앵글을 찾느라 고생하는 것 보다 현재 앵글에 적절한 자세를 찾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50도 정도에서 위와 다른 방식으로 `가운데 타는 자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요컨데, 기본자세는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이렇게 하니 꽤 좋았다는 귀결에 가까운 것이다.



2. 기본자세와 실전

이제 기본자세와 실전에서의 턴과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재미없는 기본자세 연습이 과연 라이딩에 턴에 도움이 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위의 그림이 좀 허접하고 자세가 잘 안나온것 같기는 한데, 이왕 3D 쓴거 한번 변형해 턴 자세까지 만들어 이 기본자세와 실제 라이딩 자세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증명해 보고자 한다.

아래는 실제 턴의 자세이다.





흠...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그럴 듯 하다. 이 그럴 듯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필자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엄청난 노력을 했을거라고 생각한다면 고맙겠으나...

매우 간단했다. 3D 프로그램은 대체로 화면을 4등분해 정면, 측면, 위에서 본 3가지 화면과 대충 비스듬히 입체로 보여주는 화면으로 구성된다.

필자는 단지 정면뷰에서만 작업했는데 골반과 다리전체를 같이 묶어 허리를 중심으로 좌측 또는 우측으로 그대로 회전 시켰다. 여기에 상체의 각도를 조정해 앵귤레이션을 좀 가미하는 것으로 프론트, 백사이드의 자세는 위처럼 나온다. 그 상태의 측면뷰를 캡쳐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면뷰만을 보고 작업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무릎과 상체의 각은 변하지 않았고, 단지 다리와 골반의 방향을 옆으로만 회전시켰다는 의미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백사이와 프론트 사이든 대충 해결되어 버리는 것이다.

윗 그림에서 무게중심과 가압점은 기본 자세에서 전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음을 주의깊게 봐주기 바란다.




윗 그림은 정면뷰에서 골반과 다리를 회전시키고 상체를 적당히 세운 화면이다. 이 자세가 바로 위의 백사이드와 프론트 사이드 자세이며 아래에 다양한 각도에서 캡쳐한 그림의 원판 되겠다.





3. 가운데 타기

꽤 멋진 알파인 동영상을 보면서 프론트사이드와 백사이드에 무슨 특별한 자세가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그 건 바로 이 `기본자세'에서 단순히 골반과 다리를 옮김으로 구현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위의 프론트와 백사이드 그림에도 무게 중심과 빨간 점으로 표시된 가압점을 그렸다. 무릎, 허리, 상체로테이션은 기본자세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으며 (흠... 필자로선 상체 로테이션을 표현하는 문제는 상당히 귀찮은 문제였기에...), 기본자세와 똑같이 여전히 보드의 `가운데` 타고 있는 것이다.

스키의 금언중에 상체가 반 이상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의 지인들은 상체가 60-70%라고도 한다. 알파인을 처음 접하는 분들의 자세가 어설퍼 보이는 건 바로 이 상체를 낮추지 않기 때문이다. 낮춘다고 신경 써도 정면 쪽으로가 아닌 턴 안쪽으로 구부정하게 숙이기 때문이다. 알파인, 프리스타일, 스키를 막론하고 턴 안쪽으로 허리를 숙이는 건 대체로 마이너스적 요소가 된다는 건 명백하다.

또 한가지 오류로는 제일 처음 그림에서 보듯이 상체를 세우면 무게중심은 뒤에 있다. 라이딩시에는 무게중심이 가운데 있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가운데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킴에 있어, 상체를 낮추지 않고 상체를 편 상태로 무릎을 무리하게 틀어 프리스타일 보드에서 처럼 골반을 보드 가운데로 이동시키려는 성향이 생기게 된다. 이 자세가 알파인 스탠스에서는 대표적인 어설픈 자세가 되어 버린다.

`상체'를 이용해야 한다. 상체를 이용해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이동 시키고, 이는 라이딩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 되어야만 한다.

특히 업언웨이팅시, `벌떡업'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엣지 전환시 상체를 들썩이는 경계한 말도 있는데 상체는 엣지전환 시에도 할지라도 항상 꾸준하게 유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엣지전환시야 말로 상체를 유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업언웨이팅하면서 무릎을 펴게 된다. 이때 상체가 유지된다면 순간적으로 전경상태가 되고 이는 엣지전환을 용이하게 만들고 다음턴 진입을 통제상태로 진입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파인을 타다 보면 백사이드에서 프론트로 넘기는게 경사가 심할 수록 어려워진다. 왜 그럴까? 무게중심이 뒤에 가 있기 때문이며, 이런 경우 상체가 서 있지 않을가를 자문해 보기 바란다.

배에 품은 무게중심을 절대 사라지게 하거나 떨어 뜨리지 않도록 하자.

물론 어렵다. 경사가 급할 수록 속도가 빠를 수록 상체는 서게 되고 무게 중심은 뒤로 빠진다. 아마 알파인을 타는 동안 끊임없이 의식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되리라.

엣지전환과 백사이드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KOON님이 쓰셨던 '에지전환 & 힐턴에 대한 소고' 라는 글을 참조해 보기 바란다.




4. 이론과 실제

이게 실제 라이딩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자. 이론과 실제는 현저하게 다르다. 알파인은 장착하고 눈 위에 서는 순간 그냥 맨몸으로 평지에서 맹렬히 연습했던 기본자세는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평지에서 연습한 그 자세는 버려라. 그 자세를 취하려 하지 말고, 장비 착용 상태에서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내에서 `가운데' 타는 느낌을, 라이딩 시작전에 몇분 연습해 보도록 하자. 산돌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굉장한 상황이다.

라이딩 중에도 항상 자신이 가운데 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면서 실전에서의 감각을 몸으로 느끼는 수밖에 없다.

양 다리에 균등한 체중분배가 되고 있는지, 보드 가운데 타고 있는지, 상체는 충분히 낮은지를 수시로 점검하면서 라이딩 해보자. 어느새 평소 턴도 잘 못하던 좁고 경사진 슬로프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는 많이 낮춘다고 하는데 실제도 그러한지 가끔은 점검해 보도록 하자.



5. 결 론

감히 필자가 조심스레 말하건데, 인생에서 죽는 것 말고는 큰일이 없다는 말처럼, 보드에서는 이 `가운데 타는 것` 말고는 큰일이 없다고까지 말하고 싶은 거다.

이게 좀 익숙해지면서 라이딩 기술은 스스로 발전하고, 온갖 기술을 섭렵하다가 다시 가운데 타는 문제로 회귀하는 사이클이 아마도 약간은 진지하게 보드를 즐기는 보더들의 좌절과 도전의 사이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