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1일

슬로프에 더 눕고 싶은가?

자칭 카버라면, 또는 지향한다면 익스트림카빙계열을 보며 나도 저렇게 누워 타봤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안해보신 분이 계실까?

필자가 지향하는 카빙은 단순하다. 더 깊게, 더 감고, 더 눕는거다.

그럼에도 필자는 익스트림카빙 자체를 목적으로 연습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스러운 익스트림카빙은 기본에 충실한 라이딩이 횟수와 연차를 거듭할수록 익스트림 카빙이 되어 간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본 글은 익스트림 카빙 자체에 대한 글이 아니다. 다만 익스트림 카빙에 근접하기 위한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이미 초급 카빙을 하고 있는 분들이 주요 대상임을 밝혀둔다. 또 한가지, 덕스탠스를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밝혀둔다. 필자는 덕스탠스를 해본 적이 없어 덕스탠스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더 눕기 위해서는 베이직 카빙에서 기존의 테크닉에 보다 집중하고 보완하는 과정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1. 무게중심이 데크위에 완전하게 위치할 것
2. 엣지전환에서 턴의 정점까지 역엣지 상태 구간에 집중할 것
3. 강한 바디 로테이션을 달성할 것

시작해 보자.



1. 무게중심이 데크위에 완전하게 위치할 것

필자의 기존 글들에서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 사항이니 길게 쓰지 않으려 한다.

보다 더 눕는 다는 말은 데크가 더 많이 기운다는 말이고 그 정도로 기울일 수 있다면 원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데크가 그립을 확보했을 경우 원심력(또는 G-Force)이 몸에 가해지기 시작하면서 몸의 무게중심은 그 테크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벗어나게 되면 원심력에 붙잡혀 턴밖으로 날아가게 된다. (필자의 이전 컬럼에서 언급했던 '버스에서의 비유'를 참조하기 바란다)

어떤 자세가 이러한 상황에서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이며 개인차일 뿐이다.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기반으로 스스로 느끼면 되는 거다. 다만 자세에 대해서는 몇가지 원칙을 말 할 수는 있다.

무릎을 많이 굽혀 타는 경우 무게중심이 빠지기 쉽다. 백사이드에서라면 상체를 적극적으로 허벅지 쪽으로 당기는 방법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시켜 보드위로 위치 시킬수 있다. 펴서 타는 스타일이라면 상체를 세우거나 오히려 뒤로 눕히는 방법으로 데크 중심에 체중을 집중 시킬 수 있다.

어떤 자세가 좋은가는 절대 중요한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턴이 유지되는 내내 온체중(무게중심)이 데크위로 집중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턴밖으로 몸이 밀려 날아갈 것 같은 불쾌감을 없애고, 그립력으로 데크를 버티도록 하고, 몸은 데크 위에 정확히 위치하는 것에 집중해 안정되고 좋은 느낌만 남도록 자세를 계속 수정해 보는 것이다. 슬로프에서나 동영상을 통해 잘 타는 사람을 관찰하고 산돌기를 수시로 시도하면서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 보고 무게중심으로 보드 앞뒤로 이동시켜보면서 이런 불쾌감이 없는 자세를 찾는 방법을 가장 권할 만 하다.

위 사항이 익숙해 지면 원심력이 커져도 안정적으로 버텨 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 엣지전환에서 턴의 정점까지 역엣지 상태 구간에 집중할 것



필자에게 카빙턴에서 가장 중요한 구간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바로 "엣지 전환시부터 턴의 정점직전까지 (아래 그림에서 A-B에 이르는 구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깊은 카빙은 이 구간을 얼마나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직진에너지를 큰 원심력으로 전환시키는가가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 펑키님의 컬럼 그림에서 무단 도용했다. 펑키님께서 이해해 주실거라 믿는다.)



이 구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급한 회전이 들어가 턴의 선이 왜곡되면 원심력을 충분히 얻어낼수가 없다. 특히 급한 방향전환은 몸보다 보드가 먼저 도는 카운터 로테이션이 일어나 내동댕이 쳐질 가능성이 있으며, 설면이 거친 경우 컨트롤이 불안해져 위험도 또한 증가한다.

이 구간을 여유있게 진행해 부드럽게 회전에 들어가면 원심력이 최대로 발생하여 보드가 더 휘어지고 턴 반경이 작아져 더 깊고, 더 감고, 더 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더불어 경사가 급한 곳이라 할지라도 속도에너지는 원심력(G-Force)으로 전환되어 이후 폴라인을 향해 진행되는 시점에서도 속도는 증가하지 않으며, 더 익숙해져 속도에너지를 원심력으로 대부분을 전환시키면 오히려 감속되는 효과도 있다.

(물론 이러한 감속에 대한 댓가는 크다. G-Force에 대항하는 허벅지 근육의 터질 듯한 압박과 좀 전에 먹었던 맛있는 아침식사의 격렬한 연소, 그리고 과도한 점심값 지출이라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 :-)

(감속할거면 카빙을 왜하냐는 의문이 떠오르겠지만 필자는 속도때문에 카빙하는 게 아니라 즐거움때문에 카빙을 하는 쪽이다. 무조건 살아 남아야 하는거다).

이걸 연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선'이다.

'시선은 항상 보드가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야 한다'는 간단한 말을 기억하라. 턴의 마무리단계에서 엣지 전환 할 때 슬로프 아래쪽을 보지 말아라.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간다는 느낌으로 가던 방향을 주시하고 엣지만 부드럽게 전환하는 것이다. 보드가 선회를 시작할 때 보드보다 선행하여 시선을 점차 옮겨가면 턴의 선이 상당히 좋아진다.

급사에서도 엣지전환시 몸을 던질 때 슬로프 하단의 급경사를 바라보는 것 보단 사활강하는 지점을 바라보면 경사를 별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몸을 던지는게 훨씬 쉬워진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시선에 신경쓰는 건 며칠간의 집중된 연습이면 족하다. 시선처리에 의해 턴의 선이 부드러워져 몸이 익히면 다음부터는 생각하기 전에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시선을 절대 이 룰에 따르라는 말은 아니다. 운전할때 앞만보고 운전하면 되던가? 사이드미러, 백미러를 수시로 점검하는 사람이 앞만 보고 운전하는 사람보다 안전운전을 할 확률이 높은거다. 주 시선은 원칙을 따르되 틈틈히 슬로프 위, 아래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A-B구간을 충분히 살린다면 그 결과로 원심력이 커지게 되고 더 높은 데크각을 만들고 턴이 깊어진다. 아마 예전보다 더 많이 누워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제대로 이구간을 이용했다면 `B에 이르기 전에 이미 보드와 몸은 최대의 각도에 가깝게 세워지고 누워 있어야 한다.` 이후는 다음 턴 까지 감기는 맛을, 눕는 맛을 즐기면 된다. (사실은 이 A-B구간 또한 스릴있고 재미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3. 강한 바디 로테이션을 달성할 것

신체의 구조적인 이유인지, 보드의 스탠스상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엔 프론트사이드에서 바디로테이션에 집중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러한 비대칭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프론트턴은 대체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된는게 일반적이므로 여기서는 백사이드시의 바디로테이션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현식 프로의 스노우보드 노하우 중급편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베이직카빙을 넘어가면 무릎 로테이션이 등장한다. 골자는 프론트 사이드에서는 보드 뒤쪽으로 양 무릎을 돌려주고 백에서는 진행방향을 향해 양 무릎을 돌려주라는 내용이다.

베이직턴, 너비스턴, 베이직카빙턴을 제대로 배우셨다면 상체를 이용한 로테이션은 꽤 익숙해졌으리라 본다.

동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으신 분들은 무릎 로테이션이 새로 등장한 로테이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상체 로테이션의 연장선상이며 보다 강한 로테이션을 위해 상체 뿐아니라 하체까지 이용하는 상체 로테이션에 추가된 하체 로테이션 기술인 것이다.

일단 시선이 보드보다 선행하여 로테이션된다. 상체가 따라서 로테이션 된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베이직 로테이션이다. 여기에 골반을 적극적으로 로테이션 시키고, 당연히 무릎이 따라 로테이션 되는 것을 압축한 것이 무릎로테이션인 거다.

무릎을 로테이션 시켜보자. 무릎이 돌아가면서 골반이 돌아가고 상체도 돌아가며 시선도 돌아간다. 결국 전신이 로테이션에 사용되어 강한 회전력을 - 특히 백사이드에서 - 발생 시킨다.

무릎 로테이션의 진정한 의미는 머리, 상체, 골반, 무릎까지 로테이션 시키라는 함축적 의미인거다. 백사이드에서 이 정도 로테이션 시켜주면 어깨가 열리는거 아닌가? 열어라. 아주 활짝 열어라.

이 룰에 의하면 프론트에서는 어깨를 닫는게 정석이다. 필자의 경우엔 프론트에서의 로테이션은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일단 정석대로 타보자.

알파인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익스트림카빙에서의 백사이드를 자세히 보면 무릎과 골반은 이미 30도를 넘어설 정도로 보드 앞쪽을 향해 돌아가 있으며 상체는 이를 넘어 보드 앞쪽을 지나 턴 안쪽으로까지 로테이션 시켜준다.

위의 1, 2번이 익숙해져 이런 강한 로테이션이 들어가면 회전력이 커져 턴은 보다 타이트해진다. 턴의 반지름이 작아지면? 그렇다 더 큰 원심력이 발생하고 더 누울 수 있는거다. 더불어 급사에서도 타이트한 턴을 만들고 속도를 제어할 능력도 추가된다.

부록으로 백사이드시 엣지사용이 뒤쪽으로 치우치는 상황을 앞쪽으로 끌어당겨 보드 중심에 더 다가가 설면 그립력 또한 높아지게 된다. (이해가 안가면 로테이션 했을 경우와 그냥 서있는 경우의 다리와 발에 가해지는 하중을 직접 느껴보기 바란다)

`엣지 전환 직후 시선, 상체, 골반, 무릎을 로테이션 시켜 윗 그림의 B구간에 이르기 전에 최대 로테이션이 달성되도록 해야 한다.`




위 세가지 사항은 독립적으로 집중해 연습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서로 서로 연관되어 발전한다는 걸 알게 된다. 1번이 좋아지면 덩달아 2,3번이 같이 좋아지고 하는 식의 밀접한 상관관계 속에서 라이딩의 전반적 스킬이 업그레이드 된다.

마지막으로, 라이딩 중 엣지를 박는 것 보다 이미 박힌 데크를 원심력으로 밀어 휘어버리는 느낌이 갈수록 강해진다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것라고 봐도 좋겠다.

중요한 걸 빼먹었다.

"눈에 가까워 지기 위해서는 눈과 멀어져야 한다"라는 역설을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눕는거 자체가 목적이 되어 허리 굽혀 손짚기, 무릎 많이 굽혀 눈에 닿기 등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을 눈에 아무리 안닿게 하려고 해도 어쩔수 없이, 또는 얼굴을 다칠 것 같은 위험 때문에 `자연스럽게 짚이게' 된다.

원심력을 이용해 몸 자체를 기울이고 (인클리네이션), 지속적인 앵귤레이션으로 상체가 눈과 멀어지려고 노력 할때, 진정으로 낮아져 일부러 닿으려고 뻗지 않아도 손이 눈을 쓸어 버릴 것이다. (아끼던 장갑 하나 버리고 나면 이것도 피하고 싶어질 거다.)


P.S. 올 시즌에는 필자도 익스트림카빙 하고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