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7일

익스트림카빙 일지

필자가 건방지게 익스트림 카빙을 마스터 했다느니, 익스트림카빙에 대한 이론을 집필하겠다는니 하는 그런 화려한 글은 아니다. 다만 익스트림카빙을 연습하면서 느낀 점 필자의 라이딩일지 정도로 생각하면 딱 알맞다. 필자는 알파인 2년차일 때 부터, 라이딩 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어왔고 이 글 또한 그러한 취지의 연장선일 뿐이다.

익스트림카빙 스타일도 몇년이 지나는 동안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하나가 엣지전환이 좀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최초의 익스트림카빙 영상물이라 보여지는 Opus 1에서 Jacques 의 카빙은 그야말로 신속하며 역동적이다. 아래 당시 Jacques의 모습을 이 동영상에서 발췌한 것이다.

video

위의 링크된 원본 동영상을 열어 회색옷을 입은 Patrice의 라이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Jacques는 푸쉬풀을 하면서 풀링이 즉시 다운언웨이팅을 일으켜 턴과 턴 사이에 거의 갭이 없다.

아래 두 라이더의 엣지전환부분을 화면캡쳐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한 번 보자. 빨간 옷을 입은 위의 두 사진이 Jacques이고, 그 아래 회색옷을 입은 세장의 사진이 Patrice이다.







차이가 보이는지 모르겠다. Jacques는 완전한 다운언웨이팅으로 자세가 극히 낮다. 특히 두번째 사진의 경우 노즈부분이 공중에 떠 있을 정도로 후경상태다. 반면 Patrice는 상대적으로 높다. Jacques에 비교한다면 업언웨이팅에 가깝다. 이에 따른 차이인지는 몰라도 상대적으로 Jacques의 엣지 전환은 Patrice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고 신속하다. Patrice는 턴사이의 갭이 좀 더 길며 트레버싱이 좀 있어 보인다. 또 Jacques가 눕는 속도가 좀 더 빠르며, 엣지각이 초기에 커짐으로 인해 턴반경 또한 더 타이트해 보인다. 반면 웬지 Jacques는 편법인 거 같고, Patrice는 정직하고 우직한 라이딩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프론트 사이드일 때의 차이이고, 백사이드에서는 Jacques 역시도 이 때 당시만 하더라도 다운언웨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Jacques 의 백사이드 다운언웨이팅은 최근의 동영상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EXCARVING 동영상게시판 중 날림(형수) 님께서 작업하신 쟈크의 백턴 를 참조해 보라.

아무런 근거 없는 추측이지만 필자의 생각엔 Patrice 는 전통적인 비텔리턴을 공부해 왔고, Jacques는 벤딩턴을 공부하다 둘이 만나 현재의 익스트림 카빙으로 집대성 되지 않았나라고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근거가 없는 추측일 뿐이다. 어디 가서 근거자료로는 절대 인용하지 말기 바란다. -.-;;

(하지만 Opus 1 이후에 릴 된 동영상의 경우 두 사람의 라이딩 스타일은 서로 절충하며 근접해 가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의 Jacques는 여전히 역동적이긴 하지만 위 동영상과 같은 포스를 느끼기는 힘들다. 나이가 들어 근력이 딸리는건지, 아니면 보다 부드러운 라이딩이 이상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Patrice의 영향을 받은 건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아직도 입문단계인 필자로서는 어느 쪽이 더 진보한 스타일인지도 알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필자는 Opus 1 에서 보여주는 Jacques의 포스에 더 매료된다는 거다.

누구나 몇 번은 있을 것이다. 동영상을 수백번 보고도 어떻게 저렇게 라이딩 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가 어느 날 연습 중 문득 자기가 라이딩하고 있는 느낌이 전에 그 수백번 봤던 동영상의 필하고 똑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 말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동영상을 다시 보면 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근육이 먼저 기억해 내고 오늘 슬로프에서의 기억을 거의 완전하게 재현해 낸다.

필자는 초기 Jacques의 스타일을 목표로 연습해 왔는데, 한참 부족하지만 얼마전 대충 위 동영상과 완전히 같은 필을 받았다. 물론 누구한테 검증 받은 건 아니고 그냥 몸이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한 2년간 연습해 왔던 로테이션과 다운언웨이팅, 푸쉬풀 턴이 줄줄히 엮여 융합되는 듯한 느낌 이랄까?

느낌으로만 말한다면 위에 표현 했듯이 슬로프 전체가 원심력으로 가득차 공간 자체가 뻑뻑해 진다는 느낌의 신세계로 바뀌는 것이다. 원심력이 강해져 다리에 걸리는 하중은 더 커지기 때문에, 라이딩 내내 큰 하중이 걸려 아직 부담스러운 면이 많지만 속도는 오히려 더 줄어 콘트롤은 좀 더 좋아진 듯 하다. 기존의 레이싱 스타일의 턴이 반바퀴씩 간헐적으로 하강/상승하는 청룡열차의 느낌이라면, 지금은 360도를 14번 연속으로 도는 88열차를 타는 느낌이다. 원심력은 거의 손실없이 다음 턴으로 힘이 즉시 이어진다. 턴후반부의 강한 프레스는 자동적으로 풀링 및 다운언웨이팅을 일으켜 크로스언더가 되어 버린다. 라이딩 내내 몸이 낮게 깔린다. 정신없이 턴이 연결되고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단지 흉내만 내는 수준인데도 이런 정도의 느낌 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자화자찬처럼 되어 버렸는데,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탄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필자가 쓰고 자 해던 건 연습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점을 복기하고, 공유하기 위해서이다. 필자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역시 Opus 1의 Jacques 의 스타일임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다운언웨팅 연습]

다운언웨이팅은 지난 졸작 컬럼 중 "푸쉬풀턴에 대한 소고 #2"의 마지막 부분에 가능한 자세하게 언급하였다. 이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 필자가 연습한 방법일 뿐이지만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위 컬럼에서는 엣지전환시 후경이 되면 턴진입이 쉽지 않다라고 썼는데, 익스트림카빙에 있어서는 필자의 오류이다. 이 당시는 이 후경 상태에서 강한 로테이션을 구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익스트림카빙을 연습하는 턴이라면 후경상태에서 강력한 로테이션으로 체중을 즉시 중경 내지는 전경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로테이션에 자신이 없고 다운언웨이팅 자체가 연습의 목표라면 엣지전환시 중경이 되도록 노력 하는게 좋다고 본다.


[로테이션/푸쉬풀 연습]

로테이션에 대해서는 필자가 그리 할 말은 없다. 푸쉬풀 동영상을 보며 많이 따라 했다. 엣지전환시에 먼저 로테이션에 들어가고 무릎을 굽혀 전환하고 무릎을 펴면서 버틴다. 백사이드의 경우엔 체중이 뒤로 빠지기 쉬운데 앞발 뒷꿈치로 온전히 실리도록 해야 한다. 뒤로 빠졌을 경우하고 비교해 보기 바란다. 프론트 상대적으로 쉬운데 마치 프리스타일보드를 타는 기분하고 비슷한다. 턴중의 체중은 앞쪽 발끝에 살짝 더 실어 주는 느낌으로 연습하는게 나중을 위해서 더 좋다고 본다.


[백사이드 연습]

필자는 백사이드와 프론트 사이드를 따로 연습해 왔다. 백사이드에서 수많은 삽질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항에 중점을 두고 있다.

1, 엣지전환 직전 완전한 후경상태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후경상태는 아니다. 나중에 연속턴을 해보면 몸보다 보드를 일찍 앞으로 보내 몸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느낌이다. 일단 한턴씩 연습 중에는 후경이 된다고 기억하도록 하자. 상체는 세워지거나 뒤로 젖혀져서는 절대 안된다. 상체는 낮춘 상태에서 완전히 뒤로 앉는다. 상체가 뒤로 빠지면 턴중에 체중을 앞쪽으로 이동할 수 없다. 보드의 노즈부분이 거의 들릴 정도로, 또는 뒤로 넘어갈 정도로 완전히 앉아야 한다.

2. 로테이션을 강하게 하면서 엣지 전환을 수행한다. 보드가 이미 충분히 앞으로 전진한 상태에서 엣지전환하고 로테이션 들어가면 보드는 세워지면서 턴에 진입하게 된다.

3. 이미 보드는 충분히 앞으로 나가 몸에서 멀어져 있고 낮은 자세이므로 몸은 많이 눕혀진 상태가 된다. 체중을 신속하게 앞발 뒷꿈치 쪽으로 실리도록 몸 전체를 앞쪽으로 밀어준다. 뒷쪽 다리로는 보드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뒷쪽 다리를 밀면서 보드를 몸에서 더 멀리 가게 하고 보드를 감아낸다. 눈을 큰 반원으로 따낸다라는 감각이면 되겠다.

3. 이제 로테이션을 좀 더 강하게 하면서 다리 전체로 버티며 산돌기를 한다.


[프론트 사이드]

필자는 백사이드보다 프론트 사이드가 더 힘들었는데 당최 다리를 펴는 푸싱이 안되는 것이었다.

1, 프론트 사이드도 마찬가지로 상체를 낮춘 상태에서 뒤로 앉아 버린다. 노즈가 들릴 정도로 말이다. 로테이션을 시작하면 보드도 같이 세워지지만 턴을 서둘지 말고 보드가 가던길을 가게 한다는 느낌으로 보드를 진행방향 쪽으로 더 보낸다. 턴을 서둘면 다리가 굽혀진 상태로 본격적인 턴에 진입하게 되고 원심력이 너무 강해 푸싱은 불가능해진다.

2. 체중을 앞쪽 발로 약간 옮기며 역시 뒷다리로 보드를 부드럽게 밀어 감아낸다. 턴을 서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턴을 깊게 감는다고 생각하고 보드를 가능하면 슬로프 측면으로 먼저 보내야 한다.

3.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체중이 뒷쪽 발에 실린 채 뒷쪽 발을 푸싱하는 경우 뒷발쪽으로 하중에 크게 걸려 채터링이 심하게 일어나 슬로프 아래쪽으로 익스트림 스키딩을 하게 된다. (채터링이란 보드의 앞쪽과 뒸쪽의 휘어진 곡률이 틀려 적절한 턴궤도를 그리지 못하고 보드가 요동치는 현상이다.) 익스트림 스키딩이 시작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무릎을 굽혀 보드를 하늘 쪽으로 들어주고 가능하면 멋지게 미끄러지도록 하자. 원심력이 센 상태였던 지라 꽤 많이 미끄러져 내려갈 것이다. 억지로 멈추기 위해 버티면 발목이 위험해 진다. 물론 아래쪽에 사람이 있으면 노력은 해야 겠지만 말이다. (이 케이스도 그리 안전하진 못한 것이 엣지가 제대로 걸리면 몸이 벌떡 일어나 다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연속턴]

백과 프론트를 연결하면 된다. 다운언웨이팅이 익숙하다면 위의 동영상과 비슷한 필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Patrice처럼 한턴 한턴을 완전히 마무리한 후 다시 다음 턴에 진입하면 된다. (이 의미는 두 사람의 실력차이를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Jacques 역시 좀 더 여유로워지고 있는 추세를 보면 뭔가 필자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리]

익스트림 카빙을 이론화하는 건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는 말할 수 있는데, 어떤 원리로 또는 왜라는 물음이 들어가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것이다.

굳이 머리로 먼저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생각해 냈다.

평지를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인 속도 보다는 좀 더 빠르다고 가정해 보자. 정면을 보고 생활 트레이닝을 위해 남들 시선을 무시하고 알파인 기본자세로 서서 기계의 편안함을 즐기던 중 기계 고장으로 지금의 속도보다 갑자기 2배가량 빨라진다고 했을 때 가장, 안전하게 눕는 방법이 무엇일까? (왜 굳이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누워야 하는지는 묻지 않도록 하자.)

일단 자세를 최대한 낮춘다. 상체는 놔두고 일단 다리만 먼저 무빙워크를 따라 앞으로 가도록 한다. 자세가 더 낮아지고, 곧 뒤로 넘어지지겠지만 갑자기 엉덩이에 난 악성종기가 생각나 상체, 하체를 차례로 로테이션 시켜 옆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진다. 아마 넘어진 자세는 익스트림 카빙 자세와 거의 비슷하게 나오지 싶고, 필자의 생각엔 가장 고통없이 눕는 방법인 듯 하다.

무빙워크가 아닌 슬로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눕고 로테이션과 동시에, 체중을 앞발로 약간 이동 후 뒷발로 보드를 밀어 감는다.

간단하게 익스트림을 설명하는데 썩 적절하다고 보는데, 읽는 분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후기 1]

아마 EXCARVING 의 몇몇 멤버분들도 이글을 직,간접적으로 보시게 될 것이다. 귀엽게(?) 봐주시길 부탁 드린다.


[후기 2]

위 연습을 위해서는 거의 텅빈 슬로프가 이상적이다. 가능하면 평일날, 그것도 열라 추워 다른 사람이 스키장을 포기하기 쉬운 날이 이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