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7일

알파인 초급자를 위한 간단한 연습 과정

참으로 오랫만에 업뎃합니다.

혹, 보드에 흥미를 잃고, 보드 접은거 아닌가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죠.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이 제 생애 중 보드를 가장 많이 즐기고 있는 시절입니다.

다른 보드장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다니는 보드장은 예년에 비해 인파가 상당히 적습니다. 날씨탓, 경기탓 등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저 같은 매니아들은 여유롭게 타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상당히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어쨌든 요즘 주위에 알파인 입문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셔서 되도 않는 실력이지만, 가끔 같이 타기도 합니다. 그렇게 같이 타면서 그 분들의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다 보면 저도 배우는게 많기도 합니다.

제목은 "알파인 초급자를 위한 간단한 연습 과정" 입니다만, 사실 요 몇 년간은 이론이나 요즘 초급자들의 연습방법 등에 대해 알아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알지도 못합니다. 이 글에서 제가 쓰려는 글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보드를 즐기 듯 그냥 이 글도 즐기듯 읽어 보시고, 흘려 버리시는 것도 보드 타는 한 재미겠지요.

사실 저도 글을 쓴지 오래 되었고, 예전 글들은 당시 실력에 맞는 글들이었기 때문에 오늘 쓰는 글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은 예전 글들에 크게 미련이 없기도 한데, 딱히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차마 삭제는 못하고, 유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일단 아주 초급과정인 사이드슬리핑, 낙엽 등의 과정은 생략합니다. 턴은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아주 간단한 과정만을 언급하게 될 것 같습니다.



1단계: 기본턴에서 백사이드 잡기

제가 경험하는 바에 의하면 턴을 할 수 있는 초급 알파인 보더들은 대강 프론트 사이드는 곧잘 해 냅니다. 왜 그런가를 좀 생각해 필요가 있는데요, 왜 백사이드는 어려운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알파인 보드의 바인딩 각도에 기인합니다. 보통 양쪽 발이 45도 이상일 텐데요, 그냥 서 보시면 당연하게도 발가락쪽(프론트)이 발 뒷꿈치쪽(백사이드)보다 훨씬 앞에 있습니다. 근데 실제로 프론트 턴에서는 체중과 원심력은 엣지에 가까운 발가락쪽을 통해 전달되고, 백사이드에서는 반대로 발뒷꿈치를 통해 전달 되겠지요? 따라서 프론트의 경우가 백사이드보다 훨씬 보드 앞쪽에서 압력이 작용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프론트 사이드에서 적은 노력으로 보드의 중앙엣지를 보다 쉽게 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쉽게 말해 중경이라는 말입니다. 보드 엣지의 중앙에 무게 중심이 위치한다는 의미고요).

두번째 이유 역시, 바인딩 각도에 기인하는데요, 프론트사이드의 경우 이미 몸전체가 로테이션이 된 포지션 이기 때문입니다. 로테이션이란게 턴 진행 방향으로 몸을 회전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귤러 보더의 입장에서 보면 프론트는 엣지를 전환한고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니까 로테이션이라 함은 보드 진행방향보다 좀 더 시계방향으로 상하체를 로테이션 시키는 것이 맞지요? 근데 바인딩 각도가 이미 그렇게 로테이션 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백사이드는 이와는 반대로 역로테이션(= 카운터로테이션)이 된 상태입니다. 턴은 반시계방향으로 도는데 바인딩 각도는 시계방향이니 적극적인 로테이션을 하지 않고, 각도대로만 몸을 유지하면 그 자체로 카운터 로테이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사항을 근거로 이 과정에서는 딱 두가지만 목표로 잡습니다.

백사이드에서 '중경 유지'와 '카운터 로테이션 제거'

그럼 어떻게 연습 하느냐? 매우 쉽습니다.

베이직턴이든 슬라이딩턴이든 어떤 턴이라고 불려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서서 타세요. 보드위에 앉는 느낌이네, 업다운을 하네, 뒷무릎을 앞무릎 뒤로 붙이는 느낌이네 그런거 생각하는 거 잠시 접으시고요,

(전 사실 너비스턴이 타당한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볼때는 너비스턴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히려 업다운에 대해 이상한 편견만 심어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위의 연습방법도 예전엔 상당히 통용되던 팁들인데, 전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잘 하고 있는 고수들의 자세를 피상적으로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왜냐하면 근본적인 문제인 후경을 고치지 않는 한 백사이드가 제대로 되기는 힘듭니다.)

백사이드할 때 체중이 앞발 뒷꿈치에 집중되는 느낌으로, 앞발로만 타는 느낌으로 턴을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릎 굽히면 안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서서 체중만 앞발에 모두 실어 보는 겁니다.

(그렇다고 힘을 줘서 펴시라는 말도 아닙니다. 알파인 스탠스는 그 자체로 이미 자연스럽게 필요한 만큼은 무릎을 이미 강제로 굽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앞쪽 다리에 체중을 자연스럽게 싣기 위한 작은 노력 말고는 다리의 자세나 포지션에 다른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마시란 이야기 입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듯이 백사이는 그 정도로 체중이 앞발에 실리지 않으면 보드 가운데 엣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뒤쪽 엣지만 사용하게 되는 후경상태 됩니다. 앞발로만 탄다는 기분으로 과감하게 서서 타세요.

이렇게 다리를 굽힌다거나 필요없는 힘을 주지 않고 앞쪽 발에만 체중을 싣고 자연스럽게 서서 타면요, 상체 로테이션은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 옵니다. 가슴이 보드 노즈쪽으로 향하게 로테이션 하는데 아무 장애가 없어질 겁니다. 의심 나시면 지금 알파인 바인딩 처럼 서 보셔서, 확인해 보세요.

이렇게 서서 타면 상상하던 땅에 붙어서 타는 듯한 멋지구리한 알파인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지만요, 옆에서 보기엔 억지로 무릎굽혀 타는 부자연스런 자세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 연습을 며칠 해보시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1) 백사이드턴의 정점에서 제대로 된 압력이 엣지에 걸립니다.
2) 백사이드시 몸전체가 자연스럽게 보드노즈를 향해 있습니다.

만약 턴의 정점을 지나 자꾸 슬립이 나면서 넘어진다면 아직도 후경입니다.

자연스럽게 서서 체중이 앞발에 실렸는지 확인해 보세요. 또 턴중에 상체가 지나치게 서지 않는지 확인해 주세요. 보통은 배를 좀 접는다는 느낌으로 상체는 앞쪽으로 자연스럽게 약간 숙여져 있어야 하는게 정상합니다. 턴중에도, 엣지전환시에도 꾸준히 유지되어야 합니다. 엣지를 바꿀 때 상체가 들썩이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계속 든다면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세요. 그냥 보드 위에 앞발로만 서서 버티고 탄다는 느낌, 몸 전체를 노즈쪽으로 향한다는 느낌 외에는 몸에서 힘을 모두 빼는 연습을 하세요. 힘 안줘도 보드는 알아서 턴하고 진행 한답니다.


2단계: 턴을 깊게 하기

1단계를 굳이 완벽하려고 하지 마시고요, 어느 정도만 됐다 싶으면, 이젠 1단계 + 턴을 좀 깊게 하시라는 겁니다. 엣지를 바꾸시고 나자마자, 보드를 억지로 돌리려고 하지 마시고, 슬로프 사이드방향으로 좀 더 길게 진행하면서 턴을 깊게 만들라는 의미 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 속도가 있어야 합니다. 속도가 느리다면 원심력이 부족해 곧 넘어지게 되겠지요. 억지로 속도를 내기 보다는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능한 턴을 깊게 하시는 연습을 해 보세요. 물론 1단계 중경과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하셔야 합니다.


3단계: 어깨 라인 유지하기

1단계 + 2단계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원심력이 강해지고 라이딩 속도도 빨라지게 됩니다. 왜 그런가 하면요, 속도가 웬만큼 빨라져도 턴이 깊어지면 원심력이 커지고 속도가 원심력으로 소실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라이딩 속도가 빨라져도 감당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부수적으로 몸을 턴 안쪽으로 상당히 기울일수 있게 될 것이고요(이걸 인클리네이션이라고 합니다).

이때부터는 어깨 라인을 유지하는데 좀 신경 써 주시면 됩니다. 몸전체가 턴 안쪽으로 기울어지면 원심력이 보드엣지에 걸리게 되긴 하는데, 보드를 위에서 누르는 힘이 약해 지게 됩니다. 따라서 몸은 전체적으로 턴 안쪽으로 기울어지되 상체는 세워서 상체의 체중을 엣지로 또 싣는 겁니다(이게 앵귤레이션이라고 하고요). 그럼 원심력에 체중까지 합쳐져서 날이 더 잘 박히게 되겠지요?

근데 요즘은 스키에서도 그렇지만 어깨라인 유지를 하긴 하되, 무리하게 수평으로 만들라는 식으로 강요 하진 않습니다. 요즘 스키어들은 턴 바깥쪽 팔도 많이 들어, 공격적으로 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얘기 하는 걸 들어봐도 어깨 라인 유지 이론은 상당히 약화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깨가 전체적으로 턴 안쪽으로 쳐져 버리면 상당히 멋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수평 유지에 신경을 써 주시는게 좋습니다. 또 상당한 강설인 경우에도 어개 라인을 유지해 주면 엣지에 조금이라도 체중이 더 실리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참고로 슬로프에 완전 눕는 익스트림 카빙 하시는 분들은 어깨 라인 유지에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과정 끝입니다. 간단하지요? 이 글은 카빙을 목적으로 하는 글은 아닙니다. 가능한 자연스럽고 스타일에 덜 민감한 범용적인 라이딩방법에 관한 글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과정을 슬라이딩턴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제대로 진행된다면 나중엔 카빙 역시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제 7,8년동안의 삽질을 아주 간략하게 집약해 놓은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제 글도 그렇고, 읽어 본 글도 그렇고 보딩이 너무 어렵게 설명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알아야 할 것은 위의 내용보다 많았을까를 의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온 저만의 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초급자분들께 유용할지는 확신이 안되는군요. 이 방식으로 올 시즌 동안 초급자분들과 겪어 보면 확실한 결론이 나겠지만, 제가 전담하는 것도 아니고, 실효성을 확인하는게 쉽지는 않겠네요.


사실 초급자용이라고 했지만, 아마 라이딩 하시다 보면 이 과정을 한 4,5회전 하셔야 "이제 나 좀 타는 거 같어"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슬럼프에 빠지신 분들이나 자기 라이딩 맘에 안드시는 분들도 재미 삼아 한번 해 보시면 손해는 없을 거라 생각되네요.


날이 계속 추운데요, 올시즌

1. 헬맷을 비롯해 보호장비는 가급적 갖추시고요,
2. 특히 넓지 않은 상급슬로프에서는 가급적 슬로프 사이드에 앉아, 주변의 스키어들 출발과 겹치지 않게 양보도 좀 하시고, 특히 전후방에 사람 없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보딩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4개:

익명 :

오랜만에 반가운 새 글이 있어서
냉큼 읽었습니다.

그리고 miyao 라고 하더군요. 아스카론에서 passion 으로 검색하면 동영상이 있더라구요.

말씀하신 것들 숙지해서 얼른 타러 나가고싶습니다.

알파인라이더인포인가 여기서 carve로 검색하시면 보제또 라이딩영상이 나와요

익명 :

베타카버님의 글을 오랜만에 보는데, 역시나 간단명료하게 잘 쓰셨네요.

너비스턴에 대해서는 저도 꽤 오랫동안 의심해 왔지만, 최근 봉민호프로에게 원포인트를 받고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너비스턴은 베타카버님의 오랜 화두인 "척추로 엣지를 누른다"를 느끼기 위한 연습초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위스보다 -

익명 :

안그래도 백에 엉덩이도 튀어나오고 마지막에 잘 넘어졌는데...많은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익명 :

고맙다는 말씀만 드려 죄송할 뿐입니다